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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연세인] ‘형제’가 된 창업가들의 집, 광인회관
- 작성일
- 2023.05.30
- 작성자
- 공과대학 홈페이지 관리자
- 게시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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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된 창업가들의 집, 광인회관
플랜핏 백현우 대표(전기전자공학 14), 바카티오 지현준 대표(산업공학 15),
윤희상 예비 창업가(의학 16), 마야크루 오준호 대표(광인회관 COO)
(왼쪽부터) 광인회관 지현준 동문, 윤희상 동문, 백현우 동문, 오준호 COO
창업에 미친 자들, 서로의 가족이 되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사는 셰어하우스는 이제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남동에 자리 잡은 셰어하우스 광인회관은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준다. ‘창업에 미친 사람들’의 모임, 광인회관. 광인회관을 시작한 사람은 누적 금액 16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AI 기반 검색 플랫폼 ‘라이너’의 김진우 대표(컴퓨터과학11)다. 김 대표는 창업 후 수차례 번아웃을 겪으면서, 창업가의 고된 여정 가운데 함께 꿈과 신념을 지킬 사람들의 생활 공동체를 생각했고, 그 꿈이 바로 광인회관이 됐다. 2019년 시작한 광인회관은 현재 8명의 거주 멤버와 수시로 이곳을 방문하는 여러 명의 비거주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동고동락하는 8명의 청년들은 모두 1990년대생 창업가들이다.
나이도, 경력도, 성격도 다르지만, 사업에 대한 열정은 모두 ‘미친 사람들’답다. 숨 쉴 틈 없이 바쁜 일상에서 서로 고민을 나누고 의지하며 쌓인 신뢰도 두텁다. 어느새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된 광인회관에서 꿈을 펼치고 있는 네 명의 창업가를 만났다. AI 기반 개인 맞춤형 운동 코칭 서비스 ‘플랜핏’의 백현우 대표(전기전자공학 14), 감성 숙소 중개 서비스 ‘하우’를 만든 ‘바카티오’의 지현준 대표(산업공학 15), 의대 출신으로 흔치 않은 경력의 예비 창업가 윤희상 동문(의학 16). 그리고 인터뷰에 함께 참여한 광인회관의 창립 멤버이자 COO인 ‘마야크루’ 오준호 대표는 영원한 라이벌 고려대 출신 멤버다.
“창업하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살면서 카카오 김범수 의장, 다음 이재웅 대표와 같은 훌륭한 창업가들처럼 성장해 보자는 목표를 가졌죠. 5명이 작게 시작했는데 창업 커뮤니티 안에서 저희 얘기가 금방 퍼졌나 봐요. 한두 명씩 같이 살고 싶다고 들어오며 인원이 늘어나게 됐죠.”
(마야크루 오준호 대표, 광인회관 COO)
“저는 진짜 창업을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제대로 하고 싶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절실했어요. 책을 살펴봐도 이론적인 얘기만 나와 있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죠. 그러다 우연히 광인회관 설립자 진우 형을 만나게 됐어요. 창업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 싶어서 진우 형한테 바로 ‘저 지현준이라고 하는데 같이 살고 싶습니다’라고 다짜고짜 얘기했어요. 그 치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날부터 바로 같이 살았어요(웃음).”
(바카티오 지현준 대표)
연세에서 꿈을 만나다
멤버들 대부분은 우리 대학교 출신들이 주축이 됐지만 학번도, 학과도 모두 다르다. 그들을 이어준 것은 연·고대 연합 창업 동아리 ‘인사이더스’. 라이너 김진우 대표를 중심으로 인사이더스의 연세인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광인회관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우리 대학교에 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우리 대학교 동문이셨어요. 선생님께서 반에서 몇몇 친구들을 연세대에 데려가 주셨는데, 그때부터 ‘연세대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정시를 지원할 때 고려대와 연세대 중에 고민하지 않고 바로 연세대를 선택했죠.”
(플랜핏 백현우 대표)
“저는 과학고를 다녔는데 교내에 학생 두 명이 연구 주제 선정부터 논문까지 쓰는 활동이 있었어요. 지도 선생님의 제안으로 사업 계획서를 썼는데 그게 운 좋게 청소년 기술 창업 올림피아에서 우승하면서 실리콘밸리에 가게 됐어요. 진로 고민을 하며 많이 방황했는데, 세상을 바꿀 기회가 있다는 걸 깨닫고 이 분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처음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 같아요. 의대 진학도 창업을 고려한 선택이었어요. 그런데 우리 대학교 의대는 타 의대와 다르게 등수 대신 패스/노패스로 점수를 받아요. 등수 경쟁보다는 더 넓은 세상을 보라는 의대 교수님들의 뜻이었죠. 그 이야기를 듣고 ‘아 정말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고 연세대 의대를 목표로 삼았어요.”
(윤희상 예비 창업가)
“고등학생 시절 진로 고민을 할 때, 마침 친구 아버님들이 다 소위 말하는 ‘꿈의 직장’을 다니고 계셨어요. 그 생활에 저를 대입해서 생각해 봤는데… 저는 조금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보고 싶더라고요. 우연히 ‘구글 스토리’라는 책을 읽으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입시를 치른 2014년도에는 가장 인정받는 기업이 카카오였어요. 김범수 의장님이 우리 대학교 산업공학과를 나오신 것을 보고 제2의 카카오 창업을 꿈꾸며 우리 대학교에 지원했어요.”
(바카티오 지현준 대표)
연세에서 창업의 길을 만나다
스타트업은 단순히 회사 하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새로운 ‘업(業)’을 세우는 것이다. 세상에 없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선정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것부터 사무실 임대, 사무실 집기를 구하러 다니는 것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 무(無)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창업의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은 입을 모아 연세에서의 시간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 다니면서 좋은 기회로 CJ제일제당 ‘비비고’가 후원하는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TV 예능 ‘윤식당’처럼 대학생들이 해외에 나가 비빔밥을 팔았는데 판매 가격부터 장소까지 모든 걸 저희가 정해서 팔고, 그 수익으로 여행도 다녔어요. 한 번은 흔히 ‘화이트칼라’ 고소득 직장인들은 돈을 쓰는데 거리낌이 없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객단가를 높여서 팔았는데, 하루에 300만 원씩 벌었어요. 대학생으로서 너무 큰돈을 버니 얼떨떨하면서도, 우리가 세운 가설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 너무 기뻤죠. 정해진 대로 살지 않고 내가 생각한 대로 실험하면서 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카티오 지현준 대표)
캠퍼스 동아리와 강의실에서도 소중한 인연과 영감을 얻었다.
“밴드 동아리 활동이 가장 큰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무아’라는 밴드 동아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어요. 제가 회장도 하고, 중앙 동아리로 승격도 됐죠. 부원들끼리 으쌰 으쌰 재밌게 음악을 했던 기억이 많이 나요. 처음 ‘무아’에 들어갔을 때 당시 회장이던 김민상 선배(게임 스타트업 ‘컨티뉴’ 대표, 전기전자공학 11)도 지금은 광인회관에서 같이 살고 있는 대표님이에요. 형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에 대한 가이드를 얻었어요. 민상이 형도 그렇고 인사이더스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소중한 인연을 얻은 것은 대학 생활의 소중한 수확이에요.”
(플랜핏 백현우 대표)
윤희상 동문은 의대생이지만, 처음부터 의사의 길이 아닌 메디컬 분야 창업가의 꿈을 품고 의대에 진학했다.
“학교에 합격하자마자 공대 창업 동아리인 ‘베리’에 들어갔어요. 1학년 때는 광역 버스를 타고 송도와 신촌을 열심히 오갔네요(웃음). 홍대, 이대, 서강대와 연합 창업 동아리에도 들어갔고, 의대 춤 동아리도 했고, 그중 의대 농구 동아리는 오래 했어요. 대학에 들어오면서 농구를 처음 시작했는데 사람들과 잘 지내면서 성과를 내는 법도 배우고, 시간 투자를 하면 성장한다는 것도 몸소 깨달은 시간이었어요. 청강도 수학, 철학 등 최대한 다양한 학문을 들으면서 제 경험의 폭을 넓히고자 했어요.”
(윤희상 예비 창업가)
다양한 동아리와 탄탄한 강의들은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대학생들에게 좋은 양분이 됐다. 훌륭한 연세 동문들의 이야기를 바로 앞에서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강연도 값진 기회였다.
“연세에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결국 사람들입니다. ‘인사이더스’에서 현우 형과 다른 형들을 만난 것도 그렇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저희 과 선배이신 ‘한국신용데이터’의 김동호 대표님(산업공학 06) 강연이에요. 그전까지는 적당히 좋은 직장에 소속된 루티너리한 삶을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도전적인 삶을 사는 선배의 목소리, 나이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 그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가까운 거리에서 들었을 때, 굉장히 큰 감동을 받으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바카티오 지현준 대표)
‘네가 맞다’고 서로를 지탱해 주는 가족들
거주 멤버 8명과 비거주 멤버 15명은 한 달에 한 번 ‘광인데이’를 정해 모두 함께 모인다. 멤버들의 사무실을 돌며 모이기도 하고 풋살, 농구, 족구 등 운동장에서도 만난다. 각자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한다.
“혼자 지내다 보면 하나의 생각에 몰두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환기를 시켜 주는 존재가 광인회관이에요. 형들과 얘기하면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꿈을 크게 그릴 수 있게 됐어요.”
(윤희상 예비 창업가)
“사업이 되게 이성적인 영역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버티고 계속 도전하는 것에 가깝거든요. 그 과정이 외롭고 불안한데 광인회관에서 서로를 믿고 지지하면서 이런 게 사업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카티오 지현준 대표)
광인회관의 입주 조건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창업 준비생 또는 창업을 한 대표, 혹은 공동창업자(Co-founder)일 것, 두 번째는 기존 멤버들과 핏(fit)과 결이 잘 맞을 것. 얼핏 듣기에는 까다롭지 않아 보이지만 멤버들과 식사 또는 술자리 후 만장일치의 동의가 필요하다.
광인회관 내에서는 ‘네가 맞다’는 말이 가장 많이 들린다. 서로를 향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말이다. 이렇게 서로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어 ‘틀렸다’, ‘안 될 거다’, ‘어렵다’ 등 수시로 듣는 부정적인 피드백 속에서 꺾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반대로 가끔 방향을 잃고 잘못 가고 있을 때는 돌아올 수 있도록 확실한 피드백을 준다. 마음이 힘들 때도 다시 일어날 힘이 됐다.
“작년 여름에 정말 힘들었는데 룸메이트인 시형이 형(‘열정에 기름 붓기’ 표시형 대표)이 같이 자전거 타자고 하면서 저를 일으켜 줬어요. 생일 선물 대신 자기랑 같이 자전거를 타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전거도 사고, 같이 타면서 많이 힐링하고 회복할 수 있었어요.”
(마야크루 오준호 대표, 광인회관 COO)
같이 살면 자주 싸운다고 하지만 광인회관에는 갈등이 없다. 조직에서 책임감과 자기 주도성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대표들의 모임이어서일까? 따로 가사 분담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직접 움직이고, 알아서 채우고, 먼저 치운다.
“제 인생의 멘토인 진우 형과 같이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예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이해관계로 얽히는 경우가 많은데 광인회관에서는 조건 없이 정말 형제처럼 도와주는 관계가 무척 소중합니다.”
(윤희상 예비 창업가)
그들은 주저 없이 광인회관을 ‘집’이라고 말한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든든하게 지탱하며, 서로에 대한 조건 없는 신뢰를 가진 광인회관 멤버들은 말 그대로 가족이었다. 연세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훌륭하신 연세 동문들을 광인회관을 통해 만나 뵙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자신보다 한 발이라도 먼저 시작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걸 주저하지 말라는 말과 주변에서 틀렸다는 반응을 받아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맞는다면 밀고 나가라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2019년 광인회관이 출발할 때 구성원들의 기업 가치 총합은 100억 원이었다. 4년째에 접어드는 지금, 기업 가치의 총합은 2,000억 원을 훨씬 넘는다. 하지만 지금의 지표도 숫자에 불과할지 모른다.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며 창업에 미친 사람들, 이 광인들의 뜨거운 공동체가 세상에 끼칠 영향력과 파급력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리라는 기대가 생기기 때문이다.